실상이 있으면 거기에는 원리가 있고 원리가 있으면 학문이 따르기 마련이다. 인간의 역사가 있는 곳에 역사연구가 있어 왔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사 연구가 시작된지 2천여 년을 경과하는 가운데 학문의 성격과 틀을 갖추게 된 것은 크게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근래에 학문의 틀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학문 외적 조건 때문에 한국사학이 발전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도 남북 분단과 정국의 불안정으로 말미암아 역사학의 길에 많은 장애가 가로 놓여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이제는 연구 여건도 다소간은 좋아졌다. 연구 인원도 증가 추세에 있다. 그에 따라 연구 논저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크게 향상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사 연구의 추세와 흐름을 흐름대로 방치할 수 없지 않은가. 역사학의 산만한 연구 풍토를 보다 더 체계적이고 능률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통시대와 근현대사의 연구가 별도로 수행되고 있는 경향도 문제이다. 역사 연구도 연구지만, 역사 이론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사학계의 이론의 빈곤을 극복하여야 한국사학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 한국사학과가 설치된지 30년에 이르렀지만 한국사방법론 강좌를 개설한 학교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역사학 이론을 개발하는 것이 한국사학 발전을 위하여 긴요한 문제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역사학의 철학적 이론이나 인문사회과학적 이론이나 혹은 어떤 다른 이론이나 이론 자체의 규명을 통하여 역사학 이론을 개발하기란 쉽지 않다. 그에 앞서 선학들의 역사연구 사례를 천착하고, 열린 토론의 광장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사학사연구회'를 발기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한국사학을 지키고 연구해 온 선학들의 논저를 하나 하나 정리하다 보면 역사학의 길을 찾을 수 있고, 한편 선학들의 인간적 고뇌도, 그 고뇌를 담고 역사를 연구해 온 여러 가지 교훈도 배우게 될 것이다. 동학 여러분, 선학들이 닦아 놓은 한국사학을 점검하면서 역사방법론을 새롭게 개발하고, 또 학자의 길도 닦고 배우는 모임으로서 '한국사학사사연구회'를 발기하는 뜻을 살펴 주기 바란다. 정말 내실의 열매를 맺는 학회가 되기를 기원하며 제안하는 바이다. 20세기가 저물기 전에 발기하는 작은 뜻도 살피기 바란다. 1999년 2월 2일 발기인 일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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